171회> TV 책을 말하다 HD 여름기획
안나푸르나로 돌아가다
-박범신의 나마스테
▶ 방 송 일 시 : 2005년 8월 4일 목요일 밤 10시 (1TV, 60분)
▶
담당프로듀서 : 유동종 PD
▶ 담 당 작 가 : 오정요 작가
생각해봐요, 누나. 한 가족이 카트만두 공항에 모여 있어요. 그 사람들이 빙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한국 비자 찍힌
패스포트 꽉 움켜쥔 한 처녀가 서 있어요. 가족들이 말하죠. ‘넌 우리 집안의 대들보야. 어릴 적부터 너만은 큰 일 해낼 줄 알았단다.’ 그때
그들 모두에게 막 달려 들어오는 게 뭔지 누나는 아시겠어요? 코리아. 그 말요. 드높고 아름다운 그 말. 코리아, 코리아,
코리아요.
- 소설 ‘나마스테’ 중, 네팔 청년 카밀의 고백 중에서 -
한국은
지금도 아름다운가?
2003년 겨울. 그해 11월과 12월 사이 단 한달 동안에, 무려 여덟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모두 외국인 노동자 강제추방 결정에 맞선 죽음이었다. 한국인들은 별다른 충격 없이 지하철로 뛰어드는
아시아 청년들의 모습을 뉴스로 지켜보았다.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에 관한 한 이미 만성화된 피로감이 무관심을 부채질했고, 그 속에서 그들은 더욱
더 고립돼갔다. 8명으로 이어진 죽음의 행렬은 그 철저한 무관심과 그로 인한 고립감이 불러온 결과였다.
그들이 처음 한국에 올 때
가슴에 품었다는 아름다운 나라 코리아. 지금도 코리아는 그들에게 여전히 아름다운 나라인가. 이미 한국은 그들에게 더 이상 아름다운 나라가
아니다. 빨리 돈 벌어 떠나야할 나라, 돌아가면 다시는 한국 쪽을 향해서는 얼굴도 돌리지 않겠다는 나라가 돼 버렸다. 그들이 한국에서 받은 상처
중 가장 치명적인 상처는 탄압도 아니고 속임수도 아니고 가난도 아니었다. 그들의 씻을 수 없는 상처는 한국으로부터 받은 모멸과 모독이다. 한국이
그들을 무시할 때, 그들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한국을 조롱한다. 돈밖에 모르는 민족, 지금 아시아 청년들의 가슴에 한국은 그 이름으로 새겨지고
있다.
한 외국인 노동자의 고백, 그 속에 있는 아시아의 얼굴들
박범신의 소설 ‘나마스테’는 코리아드림을 안고 한국에 온 한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의 무관심과 폭력 속에서 상처받고, 급기야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 속에서 청년은, 누나라고 부르는 한 한국인 여성에게 자신의 고향 이야기를 들려준다. 청년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그 청년의 고향은, 아름답고도 고귀하다. 누구에게나 아름답고 고귀할 고향, 그들에게도 그런 고향이 있는 것이다.
진정
우리가 지금 뼈저리게 깨달아야 할 사실은 바로 그것일 것이다. 가난하고 새까만 이 외국인 노동자 청년들에게도 고향이 있고 고귀함이 있다는 것.
그래서, 그들이 결코 우리가 그렇게 함부로 대해도 좋을 민족이 아니며, 세상에 그렇게 무시 받아도 좋을 민족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 우리는 지금
아프고도 처절하게 바로 그 점을 깨달아야만 한다. 그때 한국에 대한 아시아 청년들의 시각도 비로소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안나푸르나에서 만나는 아시아의 희망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의 고원지대에서 온 청년 ‘카밀’은 끊임없이 고향을 말한다. 가난한 고향. 그러나 그들은 부와 가난으로 삶을 평가하지 않는다. 그들을
만족시키는 것도 부가 아니다. 그들에게 삶이란, 부와 가난, 그 너머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다. 육신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 삶은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 그런 그들에게선 확실히 기묘한 정신적 품위가 느껴진다. 그들의 그 유난한 정신적 지향성은 그들 민족만의 특징인가?
생각해보면, 오래지 않은 옛날 우리에게도 그런 품위가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잃었고, 그들은 아직 그것을 간직하고 있다.
가난한
아시아의 나라가 지니고 있는 그 정신적 품위는 이제 우리에게 묻고 있다. 삶의 기준은 여전히 부와 가난인가. 진정 지금 이게 세상의 전부인가.
자본의 욕망에 사로잡힌 우리에게 그들의 삶은, 우리가 진정으로 잃어버린 게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우리에게 삶을 반성할 힘이 남아있다면, 아시아
나라의 가난은 결코 무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안나푸르나에서 만나는 아시아의 또 다른 얼굴들에서 우리는, 우리가 잃어버린 삶의 품위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아시아 청년들이 한국에서 받고 있는 그 깊은 상처, 모독과 모멸을 비로소 감싸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들을 통해 우리를 되돌아본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이제 어쩔 수 없는 한국의 고민거리며 해결해야만 하는 사회문제다. 이 프로그램은 그 문제를 새삼스럽게 분석하고 고발하려는 게
아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나마스테’라는 소설을 매개로, 우리에게 그저 외국인 노동자로 불릴 뿐인 그들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
속에서 자본의 욕망에 사로잡힌 우리들의 얼굴을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KBS 홈페이지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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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우리의 흔적, 그것은 없어도 마음만은 풍족했던, 아니 부족한줄 몰랐던 무지에서 오는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온 날들이 지금의 삶에비해서 얼마나 불행했는가...
결코 지금보다 행복이라는 단어에서만큼은 전혀 부족하지 않았던 시절,
이제는 돌아가고 싶지도 ,갈수도 없는 시절이 되었지만 , 네팔의 모습속에서 그런삶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같아 정작 그네들을 우리의 기준으로 보지 말았으면 한다.
그들은 우리보다 더 행복할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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