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호] 분갈이를 하면서... (05.10.26 15:07) | 이전ㅣ목록ㅣ다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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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제 제법 날씨가 선선하고 대구는 며칠 전에는 겨울이 온 것처럼 춥더군요. 독감예방주사가 10월 안으로 맞아야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겨울에 감기 심하게 앓으시는 분은 꼭 독감예방주사 맞으시길.
오늘은 영원한 원예인들의 숙제인 분갈이에 대해서 페이퍼를 써보려 합니다. 사실 저도 이 분갈이를 단지 큰화분에 식물을 옮겨심는다는 개념으로밖에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사람이 밥을 먹고, 집에서 편안히 자는 것처럼 식물들도 그들이 사는 곳을 최적의 조건으로 편안하게 해주어야 그만큼 잘 자라지 않을까하는 당연한 생각을 해봅니다. 이번 호 페이퍼는 다 알고 계신 내용일 것 같아 매우 지루할 것 같네요.
저의 분갈이 실력은 지난 해까지만 해도 불합격이었습니다. 지금도 합격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나 향상됐다고 자부하곤 합니다. 하하 예전에 저는 분갈이를 할때면 화분 밑의 배수공으로 뿌리가 삐져나오면, 조금 더 큰 화분에 흙을 넣고선 식물은 그 전 흙이 붙은 그대로 심어주곤 했습니다. 그러니 식물이 언제나 시들시들했지요.
저는 가장 중요한 과정을 빼먹고 있었지요. 첫째, 식물을 분갈이할때 기존의 흙은 반드시 털어내고 새흙에 심어준다. 둘째, 물빠짐을 좋게하는 배수층(마사토 내지 굵은 자갈 등)을 깔아준다. 셋째, 분갈이가 끝난후 장식돌을 흙위에 덮어둔다.
정말 중요한 과정을 저는 몰랐습니다. 저 멋대로 분갈이랍시고 식물을 심고, 잘 못자라면 왜 이러나 고민만 했지요. 배수층을 만드는 것도 책이나 TV에서 봤지만 저것쯤이야.. 하면서 보고 넘어가기 일쑤였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을 저는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올해부터는 배수층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배수층을 깔게 된 연유가, 어느날 분갈이할 때가 됐나 싶어서 화분 배수공을 보니, 노랗게 곰팡이와 버섯이 마구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아, 물이 잘 빠지지 않아 습기가 차서 저렇게 곰팡이와 버섯이 생겼구나.'싶었지요. 그래서 다음부터 분갈이를 할때 마사토 가장 작은 것(화원에서 추천하더라구요.) 한포대에 3000원하는 거 사다가 배수층을 깔아주었더니, 훨씬 잘 자라더군요. 남은 마사토는 동양란 심는데 쓰니, 동양란도 잘 자라구요.
그렇게 배수층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장식돌은 아마도 요즘 배우는 원예학과 개설인 화훼장식론을 배우면서 그 중요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화원에 진열해둔 선물용 화초에 보면 항상 하얀 작은 조약돌이나, 또는 하이드로볼이 올려져 있는 걸 보면서, 돈이 남아서 저걸 올려놓나, 나같음 작은 화분하나 더 사겠다. 이런 생각을 한 적이 많았습니다. 그치만 장식돌은 장식적인 의미도 있지만 기능적인 의미가 훨씬 강했습니다. 토양습도를 유지해주고, 물을 줄때 흙패임 현상을 방지해주며, 잎에 흙이 튀는 것도 방지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불로화훼시장에 분갈이 흙을 사러 갔을때 처음으로 장식돌을 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분갈이 할때 깔아주었더니, 보기에도 좋고 특히나 물을 줄때 흙이 패이지 않아 참으로 좋습니다. 조그마한 포대에 2000~3000원 정도 하는데요. 꽤나 오래 쓸 수 있답니다. 다 이유가 있어서 하는 거구나. 하는 뒤늦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또 한가지가 기존의 식물에 붙어있는 흙을 털어주는 것인데요. 뿌리쪽을 막대기로 쳐서 흙을 털어주고 새 흙에 심어주어야 합니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기존의 흙에서 호흡작용도 하고, 흙이 다져져서 공기도 통하지 않아 그 흙을 다시 쓰는 것은 분갈이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흙을 버릴때면 아깝지만, 과감하게 버리구요. (아, 이 흙을 재활용할 방법이 있다면 정말 좋겠네요. 제가 모르고 있을수도 있지만..)
->이번에 미니고무나무를 분갈이 해줄때 찍은 사진입니다. 뿌리가 너무 많이 자라 미안했습니다. 뿌리에 붙은 기존의 흙을 털어내며. 그나저나 전 분갈이할때 굉장히 지저분하게 합니다. 최근에는 나름대로 노하우가 생겨서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예전에는 물을 엎지르고, 흙이 물에 젖고, 분갈이해논 화분도 엎지르고.. 정말.. 끔찍했습니다. 그래서 분갈이 후에 뒷정리하는 것은 자신있습니다! ^ ^
그리고 화훼장식론 시간에 배운 분갈이 과정입니다.
1. 준비과정 1) 조사과정 분갈이를 하는 이유 : 식물을 일정한 공간에 두게되면 토양이 다져지고 토양속의 기상이 부족하게 된다. 그러므로 분갈이를 하여 액상, 기상, 고상을 재배치하기 위해 더 넓은 공간으로 옮겨준다. 분갈이를 하는 시기 : 화분 밑의 배수공에 뿌리의 흔적이 보이면 분갈이 시기가 지난 것이다. 2) 준비물 주재료 : 분갈이할 식물화분 부재료 : 현재 식물이 심겨진 화분보다 더 큰 화분, 배수망, 배수층 용토, 배양토, 장식토 도구 : 장갑, 앞치마, 꽃삽, 물뿌리개, 붓
2. 제작과정 ->사진출처
: 중앙일보 ① 새 화분을 소독해준다. ② 분갈이대상 화분에는 하루 전날 물을 충분히 준다. ③ 용토를 구입하여 배합토를 만들어둔다. ④ 분갈이 식물을 화분에서 빼낸다.(동서남북으로 쳐주거나 화분을 깬다.) ⑤ 빼낸 식물체를 막대기로 쳐서 다져진 흙을 털어주고 묵은 뿌리를 정리해준다. ⑥ 화분에 배수망을 깔고 1/5~1/4위치까지 배수층을 깐다. ⑦ 배양토를 조금 넣고 화분 안에 정리할 식물을 왼손으로 잡고 꽃삽으로 흙을 동서남북 돌려가며 골고루 넣는다. ⑧ 8/10까지 배양토를 채우고 엄지, 검지로 고정시킨다. ⑨ 붓으로 잎에 묻은 먼지와 흙을 털어준다. ⑩ 장식돌을 올려서 9/10까지 채운다. 3. 유지, 관리 분갈이가 끝난 후에 화분을 음지에 두고, 물이 배수공으로 나올 때까지 흠뻑 준다. 화분을 3~4일 동안은 음지에 두었다가 반음지, 양지로 옮겨주고 옮길때마다 물을 준다. 그리고 감상한다.
아.. 그리구요. 식물을 심고나서 식물에 묻은 흙이나 먼지를 붓으로 털어주는 거 이번에 집에 있던 호야에 먼지가 너무 많이 묻어서 붓으로 털어줬더니 정말 좋아요. 자주자주 해줘야 할 듯합니다.
분갈이 했던 날 요렇게 했답니다.
해줘야지 해줘야지 별루고 있다가 오랜만에 해줘서 뿌리가 화분에 가득차 있었답니다.
진작에 했어야 하는건데.. 올초 봄에 해줘야하는데 이제서야 해줬습니다.
분갈이를 한 후에는 물을 푹 줬답니다. 물은 듬뿍.
그런데 이 물주는 타이밍이란게 정말 어려워요.
과습할지도 모르고 건조할지도 모르고 딱 그 중간에 줘야하는데, 정말 식물이 말이라고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목마르니까 물 좀 줘.'라고 한다면 물을 듬뿍 줄텐데요..
아. 그리고 저기 보이는 오색고추는요.
에스닷에서 산 1500원짜리 식물기르기에 있던 씨앗을 뿌려 키운 거랍니다.
보이실지 모르겠지만 조그맣게 오색고추가 열렸어요. 하하
정말 배양토에 심어서 물만 주고 키워서 상태가 안좋습니다.
거름도 주고 좀 더 정성스럽게 길렀으면 더욱 싱싱할텐데요.
그래도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열매를 열어줘서 신통방통 대견하기만 합니다.
제가 씨앗을 파종해서 제대로 키운 적이 별로 없거든요. ^ ^
붉은괭이밥을 빼먹을 뻔했네요.
붉은괭이밥은요. 원래 할미꽃을 키우던 화분이었는데 할미꽃이 예쁘게 꽃을 피워주더니만
어느 날 할미꽃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붉은괭이밥이 오골조골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요 붉은괭이밥을 키우게 되었는데요. 아마도 종자가 딸려왔었나 봐요.
항상 붉은괭이밥은 팡팡한 나즈막한 화분에 심어주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토기집에 2000원에 나즈막한 화분이 있길래 사서 분갈이할 때 같이 분갈이 해주었답니다.
쨔잔 요렇게 변신했답니다. ^ ^
저기 길쭉한 콩꼬투리 같은 것이 열매꼬투리인데요.
안에 씨앗이 익으면 도도도독 터지는데 작은 씨앗인데도 맞으면 살짝 따끔해요.후훗
정말 한두번 놀란게 아닙니다. 그리고 얼마나 멀리까지 튀어나가는지 반대편에 있던 화분의 식물의 잎에 괭이밥 씨앗이
붙어있곤 합니다.
음.. 어찌됐든 참으로 사랑스런 식물이랍니다.
제 계획은 씨앗을 받아두었다가 언제 한 번 발아시켜볼까 생각중입니다.
아, 이 날 1차 분갈이를 했구요. 이모께서 이사가시면서 화분을 많이 주셔서 그걸로 2차 분갈이를 했답니다.
안스리윰과 레몬밤이랑 단정화랑 동양란 촉을 나누고 분갈이 해주고 그랬지요.
허리가 욱씬욱씬 아프긴 하지만 분갈이가 끝난 후에 그 기분 아시죠?
정말 뿌듯하고 보람차고 쑥쑥 자라주는 식물들 보면 더욱 살 맛 나구요.
그래서 허리가 아픈 한이 있더라도 분갈이를 하나 봅니다.
그 것이 분갈이의 매력이겠지요.
아직도 3차 분갈이가 남았습니다. 파키라와 오렌지 나무, 클레로 덴드럼, 어느 화분에 뭐를 심고 남은 화분에 뭐를
심고.. 머리가 깨질 듯 하지만 또 분갈이가 끝난 후의 그 기분을 맛보기 위해서 열심히 해봐야 겠지요?
다른 분들은 봄에 분갈이를 다 마치는데
저는 게으름 피운 죄로 가을에 분갈이로 분주합니다.
언젠가는 자그마한 화단에 식물을 심을 날을 꿈꾸며 이번 호 페이퍼를 마칩니다.
(지루한 페이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 이렇게 중요한것을 나역시 소홀히 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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