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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음

나는

by scope 2005. 7. 21.

나는  

 

 


시인  김금용
 


나는 목 천장까지 메마른 빈 항아리이다

한낮의 햇살도 들어오지 않고
담장을 넘는 아이들 웃음소리도 담기지 않고
이웃집 사모님 행복한 푸념도 끼여들지 못하고

밤에나 더러 꿈 속 얼굴이 숨어들고
빌딩 사이 혼자 어슬렁거리는 달님이나
다리 저는 가로등 흐린 눈물만 어른거릴 뿐
늦게 귀가하는 가족들 땀 배인 하루나 발 들여놓을 뿐

나는 목 천장까지 메마른 빈 항아리이다

먼지만 뒤집어 쓴 채
공터에서 날밤을 자는 부엉이다 
한 마디의 진실이 통하지 않는 고집 앞에서 
뒤엉킨 전선에 둘둘 허리 감기는 
단절 깊은 밤이면

 

  ⊙ 수록동인집 : 강남시,05년2월
  ⊙ 수상문학상 :
  ⊙ 발표일자 : 2005년02월

  ⊙ 작품장르 : 현대시

 

 

 

 

시평

 

 

중년 여인의 텅빈 가슴과 질항아리
 
쓸모없이 밀려난 항아리의 이미지와 중년 여인의 텅빈 가슴과 절묘한 만남이 인생의 뒷길을 한 장의 그림으로 보여주었음
 
 
 
좋은작품  편집위원회
 

중년의 여인들은 늘 뒷전에 밀려난 듯한 자기 삶을 들여다 보며 허무의 배를 불리고 있다. 숨은 쉰다는 질항아리의 무게와 쓸모도 현대의 편리 위주에 밀려나 공터에 버려지는 것에 중년의 여인인 자신의 모습으로 잘 담아냈다.

시인은 일상에서 건져내는 삶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이미지화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채워도 채워도 모자라는 김 시인의 시에 대한 열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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